이번 한 주를 이 모임 덕에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체 누가 대학 새내기가 좋다고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지치고 힘든 나날이 계속되는 생활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special occasion이상의 것이었다.
금요일은 나에게 가장 빡센 날인데, 무려 6시간 스트레이트 연강이다. 수업 끝나고 총MT를 떠나 40분 딱 자고 토요일날 아침에 와서 바로 쓰러져 자기 시작했다. 저녁 6시반쯤 일어나서 친구 송별회에 가서 11시에 왔다. 감기기, 몸살삘 지대였지만 그래도 사람들 만날 생각에 설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거니깐 나름대로 꽃단장(과연...)을 하다가 렌즈 낄 때 뭐가 들어가서 너무 아팠다. 가만히 있는데도 눈물이 그냥 타고 흘러서 화장이 지워질 정도로 아팠다. 제길, 정말 눈 관리는 중요한 것이다! 아, 딴 길로 셌지만, 나름대로 스와로브스키 귀걸이 하고 비비안 웨스트우드 목걸이 해주시고 나갔단 이야기다(호호호).
사실 모임은 11시 20분에 모여 브록백산을 단관한 뒤 점심을 먹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 전날의 피로와 전에 시사회로 영화를 본 터라 뒤늦게 합류했다. 오후 두시쯤 코엑스의 메가박스 앞 아디다스 축구공에서 만났다. 혜진언니, 수진언니, 심지, 승희언니, 수정언니가 모여 있었다.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승희언니랑은 작년 12월에 본 이후로 처음이었고, 수정언니는 사진으로만 보다가 봐서 더 기뻤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곤 바빠진 심지와 요즘 힘들어했던 혜진언니까지.
WBC게임땜에 시끌시끌한 분위기와 함께 저번에 갔던 식당 UNO에서 점심식사와 수다는 계속되었다. 정말 그 때부터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칙하고도 애정이 듬뿍 묻은 이야기들이 정신없이 흘러나왔던 그때의 시간을 다 옮겨올 수는 없겠지만.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로 결국 뒤테이블에서 욕을 먹을 정도로 우리는 즐거웠다.
서먹하고 피상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학교 생활(아직 처음이라 그런 건 잘 알지만)에서 말수를 늘리기란 쉽지 않았다. 항상 나에게 힘이 되었고 즐거움을 주었던 것들에 대해 너무나 너무나 떠들고 싶어도 들어줄 사람도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아포 사람들이 너무나 그리웠고 만나서 너무나 반가웠던 것이다.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은 정말 굉장하다. 비밀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하다가, 결국은 같은 느낌을 갖고 같이 열광하는 데에서는 모든 걸 잊고, 그저 행복해 할 뿐이다. 그리고 그 공유를 뛰어넘어 한사람 한사람에 대해 깊이 알게되고 애정을 갖는다면 그 만남은 나에게 보물이 된다. 나는 오랜만에 그 보물을 만난 것이었다.
East Broadway의 포스터가 구리다고 욕을 하며 게일 얘기가 나오자 승희언니는 말했다. '게일 얘기는 마지막엔 다 욕해'. 우리는 웃으며 랭디 얘기로 토픽을 옮겼다. 토이언니의 동방신기 이야기에 야구 게임은 잠시 잊고. 이바님 블로그에 올라왔던 제니퍼아줌마의 '브져 침대 밑 탐방기'(이름만 거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해지며 리얼게랜으로서 끓는 피를 진정시켜야만 했다.

얼굴 초큼 빨개진 카드캡터 혜진언니. 날개가 귀여웠어요.
승희언니, 선물 고마워요! 벌써 용이하게 쓰고 있대니까요(호홋).
심지, 너무 빨리 가서 아쉬웠고 아포에 올린 글에 더 아쉬웠지만. 널 믿고 응원할게.

수정언니와 심지. 수정언니 실제론 더 이쁘고 귀여웠다. 담엔 꼭 사진 한장이라도 get해야지. 일찍 가셔서 아쉬웠어요. 더 많은 얘기 나눴음 좋겠어요.
수정언니가 또 약속이 있으셔서 고속터미널로 향하는 길에 심지와 헤어지고, 역에서 수정언니와 헤어지고. 늘 그렇듯 먹고 마시는 일의 연속인 우리는 콩다방(AKA The Coffee Bean)을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작년 여름에 한참 프로작에 모두 열광했을 때, 프로작 일러를 하나씩 올릴 때면 승희언니가 커피를 사주시겠다 했었는데, 진짜 고마워요. 단순히 사주셔서가 아니라, 뭔가 작년부터의 bond가 이어져서 온 느낌이라서 의미있게 느껴졌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콩다방은 커피도 맛있고, 자바시티보다 케익도 맛있고 분위기도 다 좋은데, 너무 시끄럽다는 게 흠이다. 어찌나 시끄러운지 마이크로 민망스럽게 이름을 불려야 하는 정도. 그런데 이번엔 오히려 다행이었다. 우리는 시끄러워질 수 밖에 없으니까(웃음).
사람이 적어지자 이야기는 더 깊어졌다. 더 코어한 분위기?(<-...) 수진언니가 들려준 동방팬들의 비공식적인 이야기라든가, 수위높은 브져의 소설이라든가, 랭디를 만나면 무엇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등등. 승희언니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시기도. 그래도 우리 너무 재밌었죠, 언니?

이게 바로 문제의(!) 혜진언니 등의 날개. 꼭 클램프 코스한 거 같았다. 직접 달았다는...-ㅅ-.
승희언니가 KTX땜에 수진언니와 같이 서울역으로 가고, 혜진언니와 나는 신세계백화점으로 갔다. 신기하게도 화장실에서 수정언니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기다리는 줄에서 '랭디'소리에 아셨다고 한다(웃음).
프라다와 비통에 황홀해 하고, 한층 한층 투어를 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일식집에 갔다. 언니는 돈까스, 나는 모밀을 먹으며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쩐지 전에는 얕게만 얘기했던 것들에 대해서. 전에는 한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가볍게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털어놓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서 속이 시원하기도 했고 더 가까워진 것 같기도 했다.

딱 저녁시간이라 기다리는 동안 혜진언니와 셀카질. 내 얼굴이 너무 크게 나왔다(-_-). 오랜만에 봐서 정말 너무 너무 반가웠다. 항상 힘내줬음 하는 사람. 어서 힘내서 역동적으로 뭐든 하고, 그것에 나도 감동하고, 우리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 할 수 있음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니의 소설에 삽화를 그리고, 언니의 피아노 곡에 노래를 붙이고 할 때 항상 하던 말, you were the inspiration. 앞으로는 서로가 inspiration이 되었음 좋겠는데. 나도 열심히 해야지. 항상 건강하고 많이 웃길 바라.
어쩔 수 없는 커퓨땜에 늘 돌아가는 길은 조급하다. 정말 싫다. 버스에서 내려 미친듯이 뛰어서 계
딴을 마구마구 올라가서 아버지의 근엄한 얼굴을 마주할 때, 죄송하다고 말할 때, 그거 정말 진짜 싫다. 맘 놓고 2차까지 가본 적 한번도 없다. 늘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얼버무리며 일어난다.
그래도, 그래도 만날 수 있어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아, 정말 정말 즐거웠다.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몰라. 이번 한주도 열심히 버텨야지.
정말 고마웠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나에게 열정을 주는 것들,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들, 마치 에피414에서 브라이가 져스의 환상을 보는 것 처럼 내게 힘내라고 손짓하는 그런 소중한 존재들을 이야기하고 만끽할 수 있어서.
우리는 다음에 또 만나자고 했다. 그것보다 좋은 작별 인사는 없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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