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질링에 왔다. 어제 12 체크 아웃을 하고 뉴마켓 앞에 있는 극장에서 인도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6 시알다 역으로 가서 뉴잘패구리행 기차를 탔다. 인도 영화는 인도영화답지 않게 너무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재미가 별로 없었다. 또한 인도 영화 답지 않게 여주인공 가슴까지 나왔다. 좋았던것은 영어 자막이 나왔기 때문에 대충의 줄거리는 이해하면서 봤다는 것이다.

아주 오랜만에 타보는 인도 기차의 세컨 슬리퍼라서 그런지 좀 긴장이 되었다. 누가 우리 물건을 훔쳐가지는 않을지, 불편하지는 않을지

우리 앞쪽 침대칸에 방글라데시인 남자 3명이 탔는데, 처음에는 인사도 안하고 있다가 나중에 좀 친해져서 얘기도 많이하고 함께 사진도 찍고 놀았는데, 이들은 34, 34, 32살로 서로 10년 이상된 친구사이라고 한다. 모두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대학까지 나온 엘리트들인데, 이들은 휴가를 함께 내어서 여행을 다니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한사람은 작가이고, 한사람은 컴퓨터 업계쪽의 직장인, 한사람은 법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변호사라고 하는데. 모두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틀림없이 방글라데시의 최고 수준의 부자들인 것은 확실하다. 그 세남자는 언듯 보기에도 매우 친해보여서, 기차 안에서 내내 껄껄대며 웃고 떠들고, 서로를 때리고 장난치며 즐겁게 여행하는 듯 했다. 그들은 다르질링을 본 후 네팔을 여행했다가 다시 방글라데시로 들어갈 것이라 했다.

방글라데시는 인도보다도 휠씬 더 못사는 나라이다. 인도에서 종교적 문제로 인해 분리되었던 동파키스탄이 방글라데시가 된 것인데, 분리 당시 아무것도 없이 허허벌판에 나라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온 것이기 때문에 아직도 기반이 잡히지 않았고, 때문에 매우 가난한 나라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부자가 생기고, 거지가 생기고, 부자들은 그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고, 저렇게 인도 여행도 다닌다. 참 신기하다  내가 혹시 방글라데시에 오게 되면 꼭 연락하라고 각자의 명함도 주고, 연락처도 주었는데, 과연 내가 방글라데시에 가게 될 일이 올까?????


 

 

[기차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었던 방글라데시인들.. 왼쪽부터 컴퓨터 엔지니어, 작가, , 변호사이다. 매우 유쾌한 사람들이었다.]

 

7 35 도착 예정인 기차는 역시 연착을 하여 아침 9가 넘어 도착하였다. 기차는 많이 흔들리고 시끄러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꽤 피곤하였지만 오늘 낮잠은 안잤다.

뉴잘패구리역에 내리니 여기저기서 지프 운전수들이 호객을 하느라 달려든다. 워낙 구불구불한, 높은 경사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지프만이 다르질링으로 갈 수 있는데 뉴잘패구리역 앞에는 지프들이 수십대 대기중이었다. 요금은 다 동일하였고, 그 중에 한대를 잡아타고 기다렸는데, 사람이 다 차야지 출발하는 식이기 때문에 좀 기다려야 했다. 인도인 몇 명을 태우고, 네팔리인듯한 사람도 타고, 적당히 태운 다음에 출발하였는데, 중간중간에도 사람을 계속 태워서 결국 지프안에는 사람이 꽉 탄채로 산길을 올랐다. 산길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서 귀가 먹먹해지고, 그것이 뚫리고, 다시 먹먹해지고.. 이것을 수도없이 반복하고, 구름을 뚫고, 안개를 뚫고, 험한 산길을 달려달려 이곳 해발 2,000미터가 넘는 다르질링에 도착하였다. 올라가는 길이 꽤 좁고, 길이 좋지 않아서 올라가는 차와 내려가는 차가 매우 아슬아슬하게 비껴가야 했는데, 아주 위험한 곳은 난간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길에 난간이 없었기 때문에 아주 조그마한 실수라도 추락의 위험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추락하면 거기서 끝이다. 수백미터의 낭떠러지 절벽이 바로 옆에 펼쳐져 있었다. 길이 너무 좁아서 차들이 한번 엉킨적도 있었는데, 워낙 경사가 가파라서 차를 뒤로 빼기도 힘들어 매우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었다. 현주는 계속 너무 무서워하며 나에게 두려움을 호소하였는데, 나는 운전수가 매우 베테랑이니 괜찮을 것이라고 끊임없이 위로해줘야했다.

[다르질링으로 올라가는 길 중간중간에 보이는 집들.. 집들의 스타일도, 사람들의 스타일도 모두 네팔쪽이다.]

 

[다르질링 올라가는 길. 구름속을 달린다]

 

[계속 구름 속을 달린다. ㅋㅋ]

[지프를 타고 다르질링으로 가는 도중에 미니기차를 보았다. 저 미니기차는 뉴잘패구리에서 다르질링까지 가는 기차인데, 매우 가파른 산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매우 느려서 지프로 3-4시간 가는 거리를 12시간이나 가야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이 되어 있을만큼 다르질링의 명물로 취급되고 있다]

 

뉴잘패구리 기차역에서 내릴 당시 우리는 반바지, 반팔이었다. 운전수에게 다르질링으로 올라가면 많이 춥냐고 물어봤는데, 그렇지 않다고 해서 옷을 더 껴입진 않았다. 근데 막상 올라와보니 여긴 거의 겨울이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기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 급기야 입김이 허옇게 보일 정도가 되었다. 현주는 금새 감기에 걸려 코를 훌쩍이고 있고, 계속 배낭 맨 아래에 있었던 나이키 잠바와 청바지를 꺼내 입었다.

올라오는 내내 구름인지 안개인지가 새차게 위로 쏟아져올라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 광경이 실로 장관이다. 종종 차는 구름속을 달리기도 하였는데, 그 체험도 대단했다. 멀리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세계는 또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면서, 입김 불어가며, 두려움에 떨면서, 먹먹해진 귀를 뚫어가면서 다르질링에 도착하였다. 다르질링은 꽤 큰 도시였는데, 이렇게 높은 곳에 이렇게 큰 도시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였다.

우리가 가려고 했었던 Long island Hotel 은 꽤 칙칙한 곳이었는데, 다르질링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있었기 때문에 배낭을 메고 그곳까지 오르는 것 자체가 등산이었다. 한국 사람이 많이 찾는 호텔이라서 별로 오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호텔 옥상에서 일출이 장관이고, 다르질링의 맨 꼭대기에 있기 때문에 경치도 너무 멋지고, 칸첸중가도 잘 볼 수 있다고 해서 온 것이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이곳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온 것이다.

이 호텔은 200루피짜리 방과 150루피짜리 방이 있었는데, 그 둘의 차이가 거의 없어서 그냥 150루피짜리 방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이 호텔 주인이 하는 식당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곳은 한국노래를 틀어주고 메뉴판에 한국음식들이 적혀있다. 라면도 꽤 맛나게 끓이고 저녁에는 닭도리탕을 먹었는데 비슷한 맛을 낼 줄 알았다. 물론 좀 비싸긴 했지만..

여기에선 도저히 샤워를 할 수 없을 듯 하다. 화장실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고, 필요하면 한 양동이를 퍼다주는데, 이것가지고는 샤워를 할 수 없고, 또 화장실이 워낙 추워서 샤워를 시도했다가는 감기에 걸리기 딱이었다. 샤워를 하고 싶으면 좀 더 비싼 호텔로 옮겨야 할 듯. 2일 정도를 여기에 있다가 나머지 2일은 비싼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

여기 다르질링은 길이 매우 꼬불꼬불하여 길 찾기가 힘들다. 이 호텔까지 오는에데도 연신 사람들에게 물어봐야했다.

 

[우리 호텔 방 앞에서 본 풍경.. 깍아지른듯한 산기슭에도 저리 집들을 지어놓고 산다.]

[해가 슬슬 질때가 되자 날이 매우 추워져서 잠바를 껴입어도 한기를 막을 수 없었다]
 

어찌해서 이렇게 높은 곳까지 와서 사람들이 정착하게 되었을까. 여기 다르질링을 오는 동안에도 마을 몇 개가 있었고, 중간중간에 집들이 있었다. 여기서 무엇을 하며 사는지. 이런 도시에서는 장사도 하고, 노동도 하면서 살 수 있지만, 올라오는 중간중간에 있는 집들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인데, 다 산이라서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도시랑 멀어서 노동을 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돈을 벌고,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르질링에 왔으니 차도 좀 마셔보고, 멋진 칸첸중가도 마음껏 구경하고 돌아가야지. 오늘은 날이 흐려서 칸첸중가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곤 바라나시의 바바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와 라시를 먹고 싶다. 우리가 인도에 다시 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바바 레스토랑인 것이다!!!!!!!!!!!

모든 여행객들이 좋아하는 다르질링.. 내일부터 열심히 다녀볼란다. 방안 기온이 15도를 넘지 못한다. 침대에는 매우 두꺼운 이불이 두겹이나 있지만 매우 더러워보여서 우리 담요를 위, 아래로 덥고, 그 위에 이 두꺼운 솜이불을 덮어야겠다. 이 추운날에 과연 잠을 잘 잘 수 있을런지 철저히 준비하고 잠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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