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겐조의 시
부활을 믿는 밝음
미우라아야코(三浦綾子)
미즈노겐조(水野源三)씨의 첫 번째 시가집 ‘내 은혜 네게 족하다’의 서문에 나는 이렇게 썼다.
“지금 여기 탄생한 미즈노겐조씨의 시가집을 나는 도대체 어떤 말로 소개하면 좋을까? 세상에는 많은 책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고 나는 외치고 싶다. 이렇게 쓰면서 내 눈은 눈물에 젖어 있다.”
이미 첫째 시가집을 읽으신 분에게는 미즈노씨의 시가집이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아실 것이다. 미즈노씨는 손발과 입의 자유를 뇌성마비로 빼앗긴지 30년, 벽에 붙인 일본 글자 가다카나 50자를 눈을 깜박여 신호를 해서 그 시가를 어머니가 받아 적은 것임을.
“손발을 움직일 수 없고, 말도 못하고 자리에 누운 겐조씨의 눈의 움직임을 필사적으로 좇으며 수첩에 말을 받아 적는 이 두 사람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내 가슴은 뜨거워진다. 아들과 어머니가 일심동체가 되어 만든 이 시가집은 세상의 많은 책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고 썼다.
그러나 그 서문을 썼을 때 나는 미즈노씨의 어머니의 병이 위중하다고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만일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다시 겐조씨는 시를 쓸 수 있을까?) 하고.
하나님은 말도 못하고 손발도 움직이지 못하는 겐조씨로부터 마침내 그 어머니마저 빼앗아가 버렸다. 그 어머니가 계셨으니까 시가집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나는 앞으로 겐조씨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갈까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아니 하나님은 어머니만 아니라 첫 번째 시가집을 세상에 낼 때 기도로 진력하셨던 나쓰모도야스시로 목사마저 하늘로 불러가셨다.
그런데도, 정말 그런데도 이와 같이 두 번째 시가집이 나오게 되었다.
주님 말씀을 주세요.
오늘의 말씀을 주세요.
그 말씀으로
시련을 이기게 해주세요.
이런 믿음에 뒷받침된 두 번째 시가집은 시련을 넘은 미즈노씨의, 부활을 믿는 맑음과 사람과 자연에 대한 따듯함에 찬 훌륭한 한 권이 되었다. 첫 번째 시가집 이상으로 우리를 격려하고 감동시켜주는 훌륭한 한 권이 되었다.
앞으로 더욱 미즈노씨가 하나님께 보호되고 축복받기를 그리고 돌아가신 어머님 대신 미즈노씨의 손이 되어주신 계수 아키코님과 온 집안 위에 한없는 축복을 빌며.
1978년 8월 4일
그만 우세요
어머니를 잃은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그만 우세요.
마음속은
신기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그리스도가
나와 함께
게시기 때문일까요.
주님을 슬프게 한 것은 아닐까?
그때 그 사람에게
사랑 없는 태도나 말이
주님을 슬프게 한 것은 아닐까?
그때 그 목소리에 마음이
움직였던 생각, 소원이
주님을 슬프게 한 것은 아닐까?
그때 그 일로 가슴 속에 일어난
불안이나 투덜거림이
주님을 슬프게 한 것은 아닐까?
하나님의 진실은 변함이 없다
오는 해도 오는 해도
상큼한 첫 여름에는
은방울꽃이 피듯,
하나님의 진실은 변함이 없다.
오는 해도 오는 해도
하늘 맑게 갠 가을에
용담꽃이 피듯
눈 깜빡이는 시인
水野源三(미즈노 겐조)
눈 깜빡이는 시인 미즈노 겐조(水野源三), 그는 조용한 농촌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산과 들을 뛰어 다니는 건강한 소년이었지만, 그해 여름 홍역이 돌아 겐조도 감염되고 말았다. 고열이 내리고 의식을 회복했을 때는 이미 그전의 겐조가 아니었다. 전신이 마비되었을 뿐만 아니라 언어 능력 조차 빼앗겨버린 것이었다.
이때부터 겐조의, 그리고 그 가족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겐조가 열두살 나던 어느날, 마을의 한 교회 목사가 겐조의 집에 빵을 사러 왔다가 때마침 겐조를 알게 되어 한권의 책을 주고 갔는데, 그것은 성경이었다.
처음 읽어보는 성경. 소년 겐조에게는 자신을 몰입시키는 하나의 세계였다. 매일 거르지 않고 성경을 읽어나가는 동안 겐조의 사고방식은 변화되고, 자신이 살아있어야 하는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여 그 얼굴은 날로 밝아져갔다.
겐조는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구주로, 삶의 주관자로 마음에 영접했다. 그 후의 겐조는 더욱 변화되어갔다. 그의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고, 그의 얼굴은 웃음을 되찾게 된 것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으로써 겐조는 누구에게나 만면의 웃음을 지어보이곤 했다. 그래도 무척이나 답답했을 것이다. 그는 나중에 지은 시에서 [소리를 내어 고맙다 말하고싶다]고 고백하고 있다.
몸이 부자유스럽고, 말조차도 하지 못하는 그가 어떻게 시를 짓게끔 되었을까?
그 계기가 된 것은 겐조를 진찰하던 의사가 "[예]라고 대답할 때는 눈을 감으라"는 주문을 한 데서 비롯됐다. 겐조의 어머니는 이것을 단순한 대답뿐만 아니라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적용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물(水)을 뜻하는 일본어인 みず(미즈)를 찾을 경우 오십음도(일본의 가나 문자를 순서대로 배열한 도표)를 사용하여 어머니가 손가락으로 아행(あ行)부터 차례대로 옆으로 짚어가며 아-카-사-타-나-하-마-야-라-와(あ-
か-さ-た-な-は-ま-や-ら-わ)의 마(ま) 부분에 와서 겐조가 눈을 깜빡이면 거기서부터는 밑으로 짚어가며 마-미-무-메-모(ま-み-む-め-も)의 미(み) 부분에 와서 또 한 번 눈을 깜빡이는 방식으로 한자 한자의 글을 찾으며 문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이렇듯 정말 엄청난 작업을 통해 그때까지 말로 표련할 수 없었던 겐조의 내면 세계가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눈 깜빡임을 통해서 수백편에 이르는 시가 탄생하게 되었다.
미즈노 겐조가 [눈깜빡이는 시인]으로 불리우는 이유는 바로 이때문이다. 여섯평짜리 방에서 보이는 정말 손바닥만한 공간. 이것이 그의 세계였지만, 그 시 속에는 하나님께 대한 찬미와 기쁨이 한없이 펼쳐져 가득히 넘쳐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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